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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셀던


시드니 셀던 (Sidney Sheldon)
1917. 02. 11. ~ 2007.01.30

> 관련 기사 :  美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니 셀던 사망
> 위키피디아 : Sidney Shel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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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네가 아직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곳이 많아."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아버지가 오늘 밤에 떠나시면 그 때 다시 하면 되지 뭐.


"로마에 한 번 가보면 생각이 달라질 걸"

지금 못한다면 아버지가 떠난 후에 다시 하면 돼.
나는 여전히 아버지의 말에 집중하지 않은 채 잔머리만을 굴려댔다.


"시드니, 넌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

그제야 나는 아버지의 말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건 어제 이야기 였어요"
"그럼 내일은?"

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인생이란 원래 소설 같은 게 아니겠니?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잖아. 페이지를 넘기기 전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요"
"그걸 어떻게 알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페이지인 거야, 시드니.
곳곳에 깜짝 놀랄만한 일이 숨어있다고. 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진 그 누구도 알 수 없어."

나는 그 말을 곰곰이 곱씹어보았다.
아버지의 말이 옳았다.
하루하루는 소설의 페이지와도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모퉁이를 돌아 텅 빈 거리를 계속 걸어 나갔다.


"정말로 자살을 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라, 시드니.
하지만 아버지는 네가 너무 빨리 책을 덮어버리는 걸 보고 싶지 않구나.
네가 다음 페이지에 쏟아져 나올 숱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그렇게 가버리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네가 직접 써나가야 하는 페이지라는 걸 명심해."


- 시드니 셀던의 자서전 <또 다른 나>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