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의 심리학을 쉽게 풀어놓은 책.
번역 제목인 '미움 받을 용기'는 요즘 현대인의 병을 노린 제목이고 '서로의 오롯함과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요즘 교육 트랜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의 학창 시절만 해도 '꿈을 크게 가지게 해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등 꿈과 칭찬에 대한 교육방식이 유행이었다. 남들보다 잘 하면 칭찬하고 도무지 칭찬 하기 어려우면 그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라도 자신감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들이 트랜드였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다.
그 때 그런 교육을 받아온 우리 세대에게 요즘 가장 큰 키워드는 미래 대신 '오늘'이 칭찬 대신 '무조건적인 자기애' 이다.


멘토를 찾던 사람들이 이제는 위로 받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 자기자신을 더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불안해하며 오늘을 헌납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고 즐기고 큰 야망 보다는 소박하고 평범한 자기 자신은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하다. 우린 정말 이대로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아들러는 '지금, 여기' 를 살아가는 것과 '자기 수용' 의 중요함에 대해 공감하지만 그것은 '지금 이대로 멈추는 것'과는 다름을 설명한다. 또한 우리가 지금을 즐겁게 살고 스스로를 오롯하게 세우는 것은 궁극적으로 '공동체 감각'과 '타자공헌'으로 나아가기 위함라 주장한다. 갑자기 너무 대의적으로 마무리 되는 것 같아 납득이 안되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 이대로 사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 한 번즘 읽어볼만 하다.

베스트셀러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카테고리라 신뢰하지 않았는데 이번 책은 괜찮아서 독후감 써봅니다.


by dewy 2014.12.22 20:35

나는 늘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60년대보다는 70년대가 나았고 80년대보다는 90년대가 나았고, 그리고 지금이 낫다고. 개인적으로도 이십대보다는 삼십대가 좋았고 삼십대보다는 사십대가 된 지금이 나쁘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다. 연애감정에서 멀어졌다는 것.


... 그토록 막연하고 불안하고 죽을 것 같은 고통스런 감정들이 모두 다 연애감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으련만 마음이 연애감정에서 멀어지자 자유로워졌다. 쓸쓸한 자유. 그 자유가 나쁘지 않다.


연애감정에서 멀어지고 나는 전공과는 상관없이 북 디자이너가 되었다. 


일상에 집중했고, 어머니 생일을 챙기기 시작했다. 주변 남자들의 진실과 위선을 과장 없이 바라볼 수 있었으며, 나보다 젊은 여자들이 부러움 없이 아름답게 보였으며, 사람들하고 제법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고, 여행지에서 전화통을 붙잡고 있는 대신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며 옛날 일을 떠올려도 웃을 수 있었다. 내게는 영원히 찾아올 것 같지 않았던 평화가 거기 있었다. 


다시 한 사람을 향한 격정 속에 빠져서 매 순간을 휘둘리고 싶지 않다.


한 사람을 욕심내는 일은 격정만 주는 게 아니라 절망을 함께 준다. 그래서 가차없이 그 사람에게 상처를 입혀버리기도 한다. 그 격정과 절망 속에 다시 나를 밀어넣고 싶지 않았다.



by dewy 2012.07.12 15:39

 


윤태호 작가님 팬이 되련다.

 

사회구성원의 일원이 되어, 공동체를 굴리고 내 삶도 굴린다는 것이
참 멋진 일이구나라는 깨우침을 주셨음.

 


상생
상대를 살리고 나도 살리는 것


문화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가고자
사회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이 되는 행동양식 또는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정신력/물질적 소산을 통틀어 이루는 말

 

의도
어떤 수를 두고자 할 때는, 그 수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이 있어야 함

내가 무얼 하려고 할 때는 상대가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를 상대의 '의중'을 읽는다 라고 한다.

 

*

판 밖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데
판 안에 있는 사람만 모른다.

 

*

말이라는게 글과 달라 그 장소의 공기를 장악하지 않으면
금방 앙상해지잖아요.

 

*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다.
돌이 외로워지거나 곤마에 빠진다는 건 근거가 부족하거나 수 읽기 실패했을 때다.
곤마가 된 돌은 죽게 두는 거야. 다 그들을 활용하면서 내 이익을 도모해야지.

전체를 보는거야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작은 패배를 견뎌낼 수 있어.

by dewy 2012.07.03 09:52

送人

送人 (송인) - 정지상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비가 갠 뒤 긴 언덕에는 풀빛이 짙어 오는데,
그대를 남포로 보내니 슬픈 노래가 나오네
대동강 물은 언제나 마를 것인가
해마다 이별의 눈물을 푸른 물결에 보태는데.

 

by dewy 2012.06.16 19:53

1. 
현재 조직이 나에게 기대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며
성과와 공헌이라는 관점에서 회사가 나에게 부여하는 책임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과 내가 함께 어떤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내가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업무를
조직내에서 마땅히 알고 또 이해해야만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어떤 정보, 지식 그리고 특수한 기술이 필요 할 때 조직 내의 누구에게 의지할 수 있는가?
반대로 정보, 지식 그리고 특수한 기술이 필요할 때 나에게 의지할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에게 협조해야 하는가. 그리고 반대로 나는 누구로부터 협조를 바랄 수 있는가? 
 
2. 
나의 상사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가 정말 잘해오던것은 무엇인가?
그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것은 무엇인가?
그가 성과를 올리기위해서 내가 도와줄것은 무엇인가? 
 
3. 
조직의 과제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개인의 강점을 마치 건축용 벽돌처럼 쌓아올리는 것이다.
효과적인 사람은 결코 "그 사람이 나하고 잘 지낼 수 있을까?" 라고 질문해서는 안 된다.
"그는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해야한다. "그가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도 결코 해서는 안된다.
그의 질문은 언제나 다음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그가 아주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효과적인 사람은 인력배치를 할 때 한 가지 중요한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지,
모든 것을 다 잘하는 다재다능한 사람을 찾아서는 안된다.  

by dewy 2011.11.20 22:39
제비 한마리가 날아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듯, 잠깐 휘청거렸다고 완전히 넘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행동을 변화시려다 보면 실수도 하고 예전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일탈했다고 해서 실패가 기정사실이 되는 것도, 재발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아직도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 기회는 남아 있다

- 제임스 프로차스카
by dewy 2011.06.26 15:18

미안하게도 베스트셀러 작품에 대한 선입견과
사람들의 평가만으로 그 동안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잘 보지 않았다.


새 해 카드에 대한 답장으로 이 책을 선물 받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끝까지 공지영 작가를 외면하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부담스러운 미화와 또 너무 극적인 낭떨어지,
욱 하는 질투심과 그 와중에 똘똘 뭉친 자존심,
남들의 시선을 있는대로 느끼며면서도 결국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해버리는
... 참으로 정신 없는 여인네를 보면서 웃음도 나오고 어처구니도 없고, 동질감도 느끼는 반면 부러움도 있었다.


이렇게 지구를 갈랐다 붙였다 우주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폭풍같은 감정이라 하더라도
그 것을 스스로가 이렇게 잘 알고 있다 하면 (비록 컨트롤 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 감정들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이란 이름 아래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은 한 층 부드러워진다.
만일 가족 이야기가 아닌, 다른 주제였다면 귀에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았을 문구들에게 줄까지 쳐가면서 말이다.





p. 129
상처와 치유가 별개냐? 내가 내가 아닐 때, 그것은 상처이고
내가 다시 나를 찾을 때, 누구에게도 먼저 내 잘못이 아니라구요.
변명하지 않을 때 그게 바로 치유가 아니겠냐고...



p105
위녕, 행복이란 건 말이다. 누가 물어서 네,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그런게 아니란다.
그건... 죽을 때만이 진정으로 대답할 수 있는거야. 살아온 모든 나날을 한 손에 쥐게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지...



p.85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 두어서는 안 돼.
너도 모자라고 엄마도 모자라고 아빠도 모자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자람 때문에 누구를 멸시하거나 미워할 권리는 없어. 괜찮은 거야.
그담에 또 잘하면 되는 거야. 잘못하면 또 고치면 되는거야. 그 담에 잘못하면 또 고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가 있는거야.

p.49
...있잖아. 그런 말 아니? 마귀의 달력에는 어제와 내일만 있고
하느님의 달력에는 오늘만 있다는 거?




 
by dewy 2009.01.25 13:16


연애시대에는 명대사가 참 많은데 그 중 이제서야 이해하는 부분도 있다


"최선을 다해 행복해져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은 당연한 권리이다.
그 권리를 위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위해서는 누구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삶의 이유이니까.
그것은 살기 위한 최선이다.


...

설령 이기적이었더라도...
 

너와 나 같은 사람임을. 완벽하지 못한 사람임을. 그저 살기 위한 최선을 다하는 사람임을.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그런 사람임을 인정 해준다면...
이것은 나 자신을 위한 비겁한 변명일까.


변명이 아닌 이해라고 생각하련다.


어차피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인생.
나라도 나를 안아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최선을 다해 행복해져라"


by dewy 2008.11.03 23:53

리카르드 베리 [북유럽의 여름 저녁]. 1899~1900



'미운 세 살'이 미운 짓을 많이 하는 이유는 자기 행동의 허용 범위를 알기 위해서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점차 아이는 세상과 자기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들이 있다는 것을 배워간다. 좀 더 자라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면서 아이는 어느 선까지 자기 주장을 해야 하는지 조금씩 익히게 된다. 그러는 동안 '나'라는 경계가 만들어진다.

 
 성인이 되면 오히려 경계를 허무는 일에 주력한다. 계속해서 선 안에 있기만을 고집하고 선 밖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린아이 같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그러나 경계를 넘나든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래도록 쌓은 내공 덕분에 줄을 긋지 않고도 자기 영역을 확실히 지킬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것이다.

...
 
 경계 없음의 경지는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세계를 소멸시켜 경계 없음에 도달하는 것은 하수이다. 자기영역을 굳건히 지키면서 경계를 넘어설 수 있어야 고수가 되는 것이다.




by dewy 2008.10.21 01:27

행복에 있어서 수수께끼란 없다.
불행한 이들은 모두 똑같다. 오래전부터 그들을 괴롭혀온 상처와
거절된 소원, 자존심을 짓밟힌 마음의 상처가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다가
경멸로 인해, 더 심각하게는 무관심으로 인해 꺼져버린 사랑의 재가 되어
불행한 이들에게 달라붙어 있다. 아니, 그들이 이런 것들에 달라붙어 있다.
그리하여 불행한 이들은 수의처럼 자신들을 감싸는 과거의 그림자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행복한 이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앞을 바라보지도 않고,
다만 현재를 산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곤란한 점이 있다. 현재가 결코 가져다주지 않는 게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의미다. 행복해지는 방법과 의미를 얻는 방법은 다르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순간을 살아야 한다. 단지 순간을 위해서만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의미를, 꿈과 비밀과 인생에 대한 의미를 얻고 싶다면,
아무리 어둡더라도 과거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하며, 아무리 불확실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자연은 행복과 의미를 우리 앞에 대롱대롱
흔들어대며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다그친다.

- 살인의 해석 中 -





살아도 살아도 사는게 서투르다.




by dewy 2008.01.17 21:00

인연

인연 - 피천득



 지난 사월 춘천에 가려고 하다가 못 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여자 대학에 가보고 싶었다. 그 학교에 어느 가을 학기, 매주 한 번씩 출강한 일이 있다. 힘드는 출강을 한 학기 하게 된 것은, 주수녀님과 김수녀님이 내 집에 오신 것에 대한 예의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사연이 있었다.

 수십 년 전 내가 열일곱 되던 봄, 나는 처음 동경(東京)에 간 일이 있다.
어떤 분의 소개로 사회 교육가 미우라(三浦) 선생 댁에 유숙을 하게 되었다. 시바꾸 시로가네(芝區白金)에 있는 그 집에는 주인 내외와 어린 딸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하녀도 서생도 없었다. 눈이 예쁘고 웃는 얼굴을 하는 아사코(朝子)는 처음부터 나를 오빠같이 따랐다. 아침에 낳았다고 아사코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하였다. 그 집 뜰에는 큰 나무들이 있었고 일년초 꽃도 많았다.  내가 간 이튿날 아침, 아사코는 '스위트피이'를 따다가 꽃병에 담아 내가 쓰게 된 책상 위에 놓아 주었다. '스위트피이'는 아사코같이 어리고 귀여운 꽃이라고 생각하였다.  성심(聖心) 여학원 소학교 일학년인 아사코는 어느 토요일 오후 나와 같이 저희 학교까지 산보를 갔었다. 유치원부터 학부까지 있는 카톨릭 교육 기관으로 유명한 이 여학원은 시내에 있으면서 큰 목장까지 가지고 있었다. 아사코는 자기 신발장을 열고 교실에서 신는 하연 운동화를 보여 주었다.
 내가 동경을 떠나던 날 아침, 아사코는 내 목을 안고 내 뺨에 입을 맞추고, 제가 쓰던 작은 손수건과 제가 끼던 작은 반지를 이별의 선물로 주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선생 부인은 웃으면서 "한 십년 지나면 좋은 상대가 될 거예요" 하였다. 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아사코에게 안델센의 동화책을 주었다. 그 후 십 년이 지나고 삼사 년이 더 지났다. 그 동안 나는 국민학교 일학년 같은 예쁜 여자 아이를 보면 아사코 생각을 하였다.

 내가 두 번째 동경에 갔던 것도 사월이었다. 동경역 가까운데 여관을 정하고 즉시 미우라 선생 댁을 찾아갔다. 아사코는 어느덧 청순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영양(令孃)이 되어 있었다. 그 집 마당에 피어 있는 목련꽃과 같이.
그 때 그는 성심 여학교 영문과 삼학년이었다. 나는 좀 서먹서먹했으나, 아사코는 나와의 재회를 기뻐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 어머니가 가끔 내 말을 해서 나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그 날도 토요일이었다. 저녁 먹기 전에 같이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 계획하지 않은 발걸음은 성심 여학원 쪽으로 옮겨졌다. 캠퍼스를 두루 거닐다가 돌아로 무렵, 나는 아사코 신발장은 어디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무슨 말인가 하고 나를 쳐다보다가, 교실에는 구두를 벗지 않고 그냥 들어간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갑자기 뛰어가서 그 날 잊어버리고 교실에 두고 온 우산을 가지고 왔다. 지금도 나는 여자 우산을 볼 때면 연두색이 고왔던 그 우산을 연상한다. <쉘부르의 우산>이라는 영화를 내가 그렇게 좋아한 것도 아사꼬의 우산 때문인가 한다. 아사꼬와 나는 밤 늦게까지 문학 이야기를 가벼운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새로 출판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세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것 같다.

 그 후 또 십여 년이 지났다. 그 동안 제2차 세계 대전이 있었고 우리 나라가 해방이 되고 또 한국 전쟁이 있었다. 나는 어쩌다 아사코 생각을 하곤 했다. 결혼은 하였을 것이요, 전쟁 통에 어찌 되지나 않았나, 남편이 전사하지나 않았나 하고 별별 생각을 다 하였다.
 1954년 처음 미국 가던 길에 나는 동경에 들러 미우라 선생 댁을 찾아갔다. 뜻밖에 그 동네가 고스란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미우라 선생네는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었다. 선생 내외분은 흥분된 얼굴로 나를 맞이하였다. 그리고 아시코는 전쟁이 끝난 후 맥아더 사령부에서 번역 일을 하고 있다가, 거기서 만난 일본인 2세(二世)와 결혼을 하고 따로 나서 산다는 것이었다.  아사코가 전쟁 미망인이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러나 2세(二世)와 결혼하였다는 것은 마음에 걸렸다. 만나고 싶다고 그랬더니 어머니가 아사코의 집으로 안내해 주었다.뾰족 지붕에 뾰족 창문들이 있는 작은 집이었다. 이십여 년전 내가 아사코에게 준 동화책 겉장에 있는 집도 이런 집이었다. "아, 이쁜 집! 우리 이담에 이런 집에서 같이 살아요." 아사코의 어린 목소리가 지금도 들린다.
 십 년쯤 미리 전쟁이 나고 그만큼 일찍 한국이 독립되었더라면 아사코의 말대로 우리는 같은 집에서 살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뾰족 지붕에 뾰족 창문들이 있는 집이 아니라도 이런 부질없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 집에 들어서자 마주친 것은 백합같이 시들어가는 아사코의 얼굴이었다. <세월>이란 소설 이야기를 한 지 십 년이 더 지났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싱싱하여야 할 젊은 나이다. 남편은 내가 상상한 것과 같이 일본 사람도 아니고, 미국 사람도 아닌, 그리고 진주군(進駐軍) 장교라는 것을 뽐내는 것 같은 사나이였다. 아사코와 나는 절을 몇 번씩하고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오는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 오려 한다. 소양강 가을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




by dewy 2007.09.04 20:40


CH1. 기본적인 감정들

사랑
사랑할 때 내면에서 소용돌이 치면서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정면으로 끌어안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무의식을 의식의 차원으로 통합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사랑이 한 사람을 아름답게, 자신감 있게, 성숙하게 만드는 이유 역시 그 어려움을 이겨낸 성과일 것이다.


대상 선택
간혹 주변에는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이 없는 듯 보이는 이들도 있다. 대상에 상관없이 전방위의 이성과 사랑이 가능해 보이는 이른바 '선수'들이 그렇다. 그들의 기준은 아마도 '방어의식'이 아닐까 싶다. 현실에서 직면해야 하는 불안, 분노, 외로움, 긴장감 등을 해소하기 위해 간단없이 의존할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우울
우울증은 내 마음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난장판이며, 정신의 착오일 뿐이었다.
우울증의 근간 : 인지왜곡 ≒ 마음의 착각  ≒ 유아기의 환상.

CH2. 선택된 생존법들

콤플렉스
다양하고 풍성한 인격의 근원
콤플렉스는 심리적 결함이 아니라 심리적 특별함일 뿐이다.

콤플렉스는 부정적으로 발전할 뿐 아니라 긍정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현상이다. 정신생활에 필요한 요소로서 극복하거나 떨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그것을 끌어안고 사랑해야 한다. 콤플렉스를 사랑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수치스러워 하고 숨기려 했던 그것이 의식 안으로 통합되는 순간, 좀더 다양하고 풍성한 인격이 나오게 된다. 콤플렉스가 내 것이 되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 J.모러스 -

CH3. 긍정적인 가치들

나르시즘
나르시즘의 가장 큰 특징은 근거 없이 자신이 선하다, 옳다, 정당하다고 느끼는 의식이며 때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다는 전능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by dewy 2007.05.02 20:27


사람이란 너무 행복하면 그 행복의 의미를 잃기 쉬운 법,
행복이란 게 뭔지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무심코 인생을 업신 여길 때, 거기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입을 벌리고 있다.
감사할 수 있다는 것, 이건 틀림없이 행복하다는 증거이다.



- 할아버지의 유언장 中 -



by dewy 2007.02.25 21:38

ch.21

"I cannot play with you," the fox said. "I am not tamed."
"Ah! Please excuse me,"said the little prince.
But, after some thought, he added:
"What dose that mean- 'tame'?"

...

"It is an act too often neglected,"said the fox. "It means to establishties."
"'To establishties'?"
"Just that,"said fox. "To me, you are still nothing more than a little boy who is just like a hundred thousand other little boys. And I have no needs of you. And you, on your part, have no need of me. To you, I am nothing more than a fox like a hundred thousand other foxes. But if you tame me, then we shall need each other. To me, you will be unique in all the world. To you, I shall be unique in all the world......"

---------------------------------------------------------------------------------------------

"My life is very monotonous," the fox said. "I hunt chickens; men hunt me. All the chickens are just alike, and all the men are just alike. And, in consequence, I am alittle bored. But if you tame me, it will be as if the sun came to shine on my life. I shall know the sound of a step that will be different from all the others. Others steps send me hurrying back underearth the ground. Yours will call me, like music, out of my burrow. And then look: you see the grain fields down yonder? I do not eat bread. wheat is of no use to me. The wheat fields have nothing to say to me. And that is sad. But you have hair that is the color of gold. Think how wonderful that will be when you have tamed me! which is also golden, will bring me back the thought of you. And I shall love to listen to the wind in the wheat......"

...

"What must I do, to tame you?" asked the little prince.
"you must be very patient," replied the fox. "First you will sit down at a little distance from me-like taht-in the grass. I shall look at you out of the corner of my eye, and you will say nothing. Words are the source of misunerstandings. But you will sit a little closer to me, every day......"

---------------------------------------------------------------------------------------------

"Goodbye," said the fox. "And now here is my secret, a very simple secret: It is only with the heart that one can see rightly;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

"It is the time I have devoted to your rose that makes you rose so important."

...

"Men have forgotten this truth," said the fox. "But you must not forget it. You become responsible, forever, for what you have tamed. You are responsible for your 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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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바이블(?) 이라 하면 너무 오버스러울란가...
거의 달달 외우고 다니는 ch 21.
그러나 이 중에서 이해는 가지만 동감이 안되는 부분도 있다.



"It would have been better to come back at the same hour," said the fox. "If, for example, you come at four o'clock in the afternoon, then at three o'clock I shall show you how happy I am! But if you come at just any time, I shall never know at what hour my heart is to be ready to greet you...... One must obseve the poper rites..."



습관이란 것은 무섭다.
실제로 이런 방법은 이성간에 작업(?)에서도 많이 쓰이지 않나?  :-)

내가  누군가를 작정하고 책임지고 올인하기로 결정했다면 나쁘지 않은 방법이겠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이 있고 없고를 떠나) 사람 앞길은 한치를 볼 수 없는 것이므로
누군가에게 저러한 습관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왠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꼭 습관이 아니어도, 여우가 말하는 의례(rite)가 굳이 아니어도.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길들여짐에는 잔잔한 방법이 있을 것이고, 이게 더 좋지 않나란 의견이다.

마치 화선지에 먹물이 물들어 가듯이.
서로가 서로에게 시나브로...





습관을 이용한 길들여짐이든.
화선지에 먹물 물들어 가듯 길들여지는 것이든.
언젠가 길들여진 관계의 종점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걱정하거나 두려워 하지 말라는 듯
어린왕자와 여우가 이별하는 장면에서 여우는 이렇게 말한다.

"Ah," said the fox, "I shall cry."
"It is your own fault," said the little prince. "I never wished you any sor of harm; but you wanted me to tame you......"
"Yes, that is so," said the fox.
"Then it has done you no good at all!"
"It has done me good," said the fox, "because of the color of the wheat fields."








by dewy 2007.01.03 22:34
제 3부 이해받지 못한 말들

(여자)
프란츠의 아버지가 느닷없이 어머니를 버리고 떠나 어느 날 문득 어머니 혼자 남게 되었던 것은 그의 나이가 열두 살쯤 되었을 때였다. 프란츠는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고 의심했지만, 어머니는 그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평범하고 차분한 말투로 비극을 감추었다. 시내를 한바퀴 돌자고 아파트를 나오는 순간, 프란츠는 어머니가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당황했고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까 두려웠다. 그는 어머니의 발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 채 두 시간 동안 그녀와 함께 거리를 걸어야 했다. 그가 고통이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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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배신)
그러나 B를 위해 A를 배신했는데, 다시 B를 배신한다 해서 A와 화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혼한 여자 예술가의 삶은 배신당한 그녀 부모의 삶과는 닮지 않았다. 첫번째 배신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첫번째 배신은 그 연쇄작용으로 인해 또 다른 배신들을 야기하며, 그 하나하나의 배신은 최초의 배신으로 부터 우리를 점점 먼 곳으로 이끌게 마련이다.




제 5부 가벼움과 무거움

이미 말했듯 소설의 인물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처럼 어머니의 육체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의 상황, 문장, 그리고 작가가 생각하기에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거나, 본질적인 것은 언급되지 않았던, 근본적 인간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 메타포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작가란 자기 자신 이외의 것은 말할 수 없다고들 하지 않는가?
마당에서 무기력하게 바라보며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것 : 사랑이 고조된 순간 뱃속에서 끈질기에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 : 배신하고 또한 이토록 아름다운 배신의 길 중간에서 멈출 수 없는 것 : 대장정의 행렬 속에서 주먹을 치켜드는 것 : 경찰이 숨겨둔 도청 마이크 앞에서 유머 감각을 과시하는 것 등. 나도 이런 상황을 겪어 보았다. 그러나 나의 이력서 상의 내 자아로부터 그 어떤 인물도 도출되지 않았다. 내 소설의 인물들은 실현되지 않은 내 자신의 가능성들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그들 모두를 사랑하며 동시에 그 모두가 한결같이 나를 두렵게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가 우회해 갔던 경계선을 뛰어넘었다. 바로 이 경계선(그 너머에서 나의 자아가 끝나는)이 나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오로지 경계선 저편에서만 소설이 의문을 제기하는 신비가 시작된다. 소설은 작가의 고백이 아니라 함정으로 변한 이 세계 속에서 인간적 삶을 찾아 탐사하는 것이다.



제 6부 대장정

최근에 와서도 책 속에서 똥이란 단어가 점선으로 대치된 적이 있는데 그것은 물리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똥이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할 수는 노릇이 아닌가! 똥과의 불화는 형이상학적인 것이다. 배설의 순간은 창조에 있어서 수락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일상적 증거이다.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 : 똥은 수락할 만한 것이다, 라거나(그렇다면 화장실 문을 잠그고 들어앉지 말아야 한다!) 또는 우리가 창조된 방식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 중에서.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란, 똥이 부정되고, 각자가 마치 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처신하는 세계를 미학적 이상으로 삼는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러한 미학적 이상이 키치라고 불린다.
이것은 감상적이었던 19세기 중엽에 생겨나 그 이후 다른 모든 언어에 퍼졌던 독일어 단어다. 그러나 그 단어를 자주 사용함에 따라 그것이 지닌 원래의 형이상학적 가치가 지워졌는데, 말하자면 키치란 본질적으로 똥에 대한 절대적 부정이다 : 문자적 의미나 상징적 의미에서 그렇다: 키치는 자신의 시야에서 인간 존재가 지닌 것 중에서 본질적으로 수락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배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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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왕국에서는 가슴이 독재를 행사한다.
물론 키치에 의해 유발된 느낌은 가장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공감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키치는 과감한 짓을 할 수 밖에 없다 : 키치는 인간의 기억력 속에 깊이 뿌리내린 핵심적 이미지에 호소한다 : 배은망덕한 딸, 버림받은 아버지, 잔디밭 위를 뛰어가는 어린아이, 배신당한 조국, 첫사랑의 추억.
키치는 백발백중 두 방울의 감동적 눈물을 흘리게 한다. 첫번째 눈물은 이렇게 말한다 : 잔디밭을 뛰어가는 어린아이, 저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두번째 눈물은 이렇게 말한다 : 잔디밭을 뛰어가는 어린아이를 보고 모든 인류와 더불어 감동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키치가 키치다워지는 것은 오로지 이 두번째 눈물에 의해서이다.
모든 인간 사이의 유대감은 오로지 이 키치 위에 근거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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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가 거짓말로 인식되는 순간, 그것은 비-키치의 맥락에 자리잡게 된다. 키치가 권위적인 힘을 상실하면 그것은 모든 인간의 약점처럼 감동적인 것이 된다. 왜냐하면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초인이 아니며 키치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키치를 경멸해도 키치는 인간 조건의 한 부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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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을 도와주는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어떤 시선을 받으며 살고 싶어하는지에 따라 네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익명의 무수한 시선, 달리 말하자면 대중의 시선을 추구한다. 독일 가수와 미국 여배우가 이런 경우에 속하며 주걱턱의 신문기자 역시 이런 경우에 속한다. 독자들에게 익숙해져서 그의 주간지가 소련인에게 정간당하자, 그는 백 배나 산소가 희박해진 공기 속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에게는 누구도 수 많은 미지의 시선을 대신할 수 없었다. 그는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가는 곳마다 경찰의 미행을 받고, 전화를 걸 때마다 도청당하고, 심지어는 거리에서 은밀하게 사진까지 찍힌다는 사실을 알았다. 갑자기 익명의 시선이 도처에서 그를 따라 다녔으며, 그러자 그는 숨을 쉴 수 있었따! 그는 행복했다! 그는 연극배우 같은 목소리로 벽에 숨겨진 소형 마이크에 대고 소리치곤 했다. 그는 경찰 속에서 잃어버린 관객을 되찾은 것이다.
두번째 범주에는 다수의 친숙한 사람들의 시선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속한다. 이들은 지칠 줄 모르고 칵테일 파티나 만츤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중을 잃으면 그들 인생의 무대에 불이 꺼졌다고 상상하는 첫번째 범주의 사람들 보다는 행복하다. 반면 두번째 범주의 사람들은 언제나 어떤 시선을 획득하는데, 마리클로드와 그녀의 딸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세번째 범주가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 속에서 사는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이들의 조건은 첫번째 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그것만큼이나 위험천만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이 감기면 무대는 칠흑 속에 빠질 것이다. 테레사와 토마스를 이런 사람들 속에 분류해야만 한다.
끝으로 아주 드문 네번째 범주가 있는데, 부재하는 사람들의 상상적 시선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몽상가이다. 예를 들면 프란츠가 그렇다. 그가 캄보디아 국경까지 간 것은 오로지 사비나 때문이다. 버스가 태국의 도로에서 덜컹거릴 때, 그는 그녀의 시선이 오랫동안 그에게 고정되었다고 느낀다.
토마스의 아들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나는 그의 이름을 시몽이라 부르겠다(그는 아버지처럼 성서에 나온 인물의 이름을 가졌다고 기뻐할 것이다). 그가 희구하는 시선은 토마스의 시선이다. 서명 캠페인에 연루되는 바람에 그는 대학에서 내쫒겼다. 그가 교제하던 젊은 여자는 시골 신부의 조카딸이었다. 그는 그녀와 결혼하여 집단 농장의 트랙터 운전사,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는 토마스도 시골에 사는 것을 알자 기뻐했다. 운명이 그들의 삶을 대칭적으로 만들었다고! 그것 때문에 그는 토마스에게 편지를 썼던 것이다. 그는 답장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가 바라는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 토마스가 그의 삶에 시선을 보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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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쿤데라 할부지.
키치 속의 키치.
너와 나의 키치.
당신의 키치와 나의 키치가 만들어내는 키치.

가벼움과 무거움.
제목에서 부터 오는 극단적인 키치로 감춘 적나라함.

2006.9.19. 12:32 am

by dewy 2006.09.18 23:44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



-무라카미 하루키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엇갈린다.
솔직히 말해 그다지 예쁜 여자아이는 아니다. 눈에 띄는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끈질기게 달라 붙어 있고, 나이도 적지 않다. 벌써 서른에 가까울 테니까, 엄밀히 말하면 여자아이라고 할 수도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50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그녀를 알아볼 정도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부터 내 가슴은 땅울림처럼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 말라 버린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좋아하는 여자아이 타입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령,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아이가 좋다든지, 역시 눈이 큰 여자아이라든지, 손가락이 절대적으로 예쁜 여자아이라든지, 잘은 모르겠지만 천천히 식사하는 여자아이에게 끌린다든지와 같은 식의 .
나에게도 물론 그런 기호가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아이의 코 모양에 반해 넋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유형화하는 일은 아무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코가 어떻게 생겼었나 하는 따위는 전혀 떠올릴 수가 없다. 아니, 코가 있었는지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내가 지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그다지 미인이 아니었다는 사실뿐이다. 왠지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어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와 길에서 엇갈렸단 말이야."
하고 나는 누군가에게 말한다.
"흠, 미인이었어?"
라고 그가 묻는다.
"아니야, 그렇진 않아."
"그럼, 좋아하는 타입이었겠군."
"글쎄, 생각나지 않아.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슴이 큰지 작은지, 전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겠다구."
"이상한 일이군."
"이상한 일이야."
"그래서 무슨 짓을 했나? 말을 건다든지,뒤를 밟는다든지 말야."
"하긴 뭘해, 그저 엇갈렸을 뿐이야."
그녀는 동에서 서로, 나는 서에서 동으로 걷고 있었다.
제법 기분이 좋은 4월의 아침이다. 비록 30분이라도 좋으니 그녀와 이야기를하고 싶다. 그녀의 신상 이야기를 듣고도 싶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도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뒤안길에서 엇갈리기에 이른 운명의 경위같은 것을 밝혀 보고 싶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난 후 어딘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우디 앨런의 영화라도 보며, 호텔방에 들러 칵테일이나 뭔가를 마신다. 잘만 하면, 그 뒤에 그녀와 자게 될 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나와 그녀의 사이는 벌써 15미터 가량으로 좁혀졌다.
자, 도대체 어떤 식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면 좋을까?
"안녕하세요. 단 30분만, 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이건 너무나 바보스럽다. 마치 보험 권유 같지 않은가.
"미안합니다. 이 근처에 혹시 24시간 영업 세탁소가 없는지요?"
이 역시 같은 정도로 바보스럽다. 무엇보다도 내 손에 세탁물 주머니조차 없지 않은가. 누가 그런 대사를 신용하겠는가?
어쩌면 솔직하게 말을 꺼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나에게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입니다."
아니, 틀렸어. 그녀는 아마도 이런 대사를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믿어준다 해도, 그녀는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있어 내가 100퍼센트의 여자라 하더라도, 나에게 있어 당신은 100퍼센트의 남자는 아닌걸요, 죄송하지만."
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만약 사태가 그렇게 되면 나는 틀림없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나는 그 쇼크에서 두번다시 회복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나이 벌써 서른두 살,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건 그런 것이 아닐까.
꽃가게 앞에서, 나는 그녀와 엇갈리게 된다. 따스하고 조그마마한 공기 덩어리가 피부에 와 닿는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 위에는 물이 뿌려져 있고, 언저리에서는 장미꽃 향기가 풍기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흰 스웨터를 입은 그녀는 아직 우표를 붙이지 않은 흰 사각봉투를 오른손에 들고 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것이다. 그녀의 눈이 졸린듯한 것으로 보아, 어쩌면 하룻밤 동안 그것을 썼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각봉투에는 그녀에 관한 비밀이 전부 들어 있는지도모른다.
몇 걸음인가 걷고 나서 뒤돌아 보았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혼잡한 사람들사이로 사라지고 없었다.

물론 지금은, 그 때 그녀를 향해 어떻게 말을 걸었어야 했는가를 확실히 알고있다. 그러나 어떻든 간에 너무나도 긴 대사이므로 틀림없이 제대로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실용적이지 못하다.
아무튼 그 대사는 '엣날 옛적에'로 시작되어,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로 끝난다.

옛날 옛적에, 어느 곳에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열여덟 살이었고,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다지 잘생긴 소년도 아니었고, 그다지 예쁜 소녀도아니었다. 어디에나 있는 외롭고 평범한 소년과 소녀였다.
하지만 그들은 틀림없이 이 세상 어디엔가 100퍼센트 자신과 똑같은 소녀와 소년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 그들은 '기적'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기적은 확실히 일어났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거리 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게 된다.
"놀라워,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
하고 소년이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야. 모든 것이 내가 상상했던 그대로야. 꼭 꿈만 같아."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서로의 손을 잡고 언제까지나 실컷 얘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이미 고독하지 않다. 그들은 각기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자신은 그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되고 있다.
100퍼센트의 상대자를 원하며, 상대자의 100퍼센트가 된다는 것은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은 이미 우주적인 기적인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속을 얼마 안되는, 극히 얼마 안되는 의구심이 파고든다. 이처럼 간단하게 꿈이 실현되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하는......
대화가 문득 끊어졌을 때, 소년이 말한다.
"이봐, 다시 한 번만 시도해 보자. 가령 우리 두 사람이 진정한 100퍼센트의 연인이라고 하면, 반드시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이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도 역시 서로가 서로의 100퍼센트라면, 그때 바로 결혼하자구. 알겠니?"
"응, 알았어."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서쪽과 동쪽으로.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시도해 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그런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말이다.왜냐하면 그들은 진정 100퍼센트 완벽한 연인이었으니까. 그것은 기적적인 사건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나 어려서, 그런 것은 이해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정석처럼 비정한 운명의 파도가 두 사람을 마구 농락하기에 이른다.
어느 해 겨울, 두 사람은 그해에 유행한 악성 인플루엔자에 걸려, 몇 주일이나 사경을 헤멘 끝에, 옛날 기억들을 몽땅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어찌된 일일까. 그들이 깨어났을 때 그들의 머리속은 마치 D.H. 로렌스의 소년시절 저금통처럼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참을성 있는 소년과 소녀였기 때문에, 노력하고 또 노력하여 다시금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터득하여, 훌륭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아아 하느님, 그들은 진정 확고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정확하게 지하철을 갈아타거나 우체국에서 속달을 부치거나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ㅡ완벽하지는 못해도 75퍼센트의 연애랑, 85퍼센트의 연애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소년은 서른 두살이 되었고, 소녀는 서른살이 되었다.시간은 놀라운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고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소년은 모닝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라주쿠의 뒤안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고, 소녀는 속달용 우표를 사기 위해 똑같은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서 엇갈린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 비춘다. 그들의 가슴은 떨린다. 그리고 그들은 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다.
그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야.
그러나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빛은 너무 연약하고, 그들의 언어는 이제 14년 전만큼 맑지 않다. 두 사람은 그냥 말없이 엇갈려,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고 만다. 영원히.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렇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 보았어야 했던 것이다.



by dewy 2004.04.23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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